엄마는 힐링중

[엄마는 힐링 중 #10] 아들 같은 사위, 딸 같은 며느리

페이지 정보

작성일14-10-10 16:32 조회5,561회 댓글0건

본문

엄마는 힐링 중
 

아들 같은 사위, 딸 같은 며느리

힐빙스토리

 

 며칠 전 추석이 지났습니다. 둥그런 보름달이 바다를 한껏 당겨 올리듯, 결혼한 여자의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당겨 올리는 그런 명절이기도 하지요.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서 즐겁기는커녕 서로 상처만 주고받는 일도 많습니다. 요즘처럼 각자 다르게 살아가는 시절에는 조심성 없이 자기 입장에서 할 말 다 하는 일가친척을 만나기가 무척이나 두렵지요.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지내고 부모를 뵈러 고향으로 찾아가지만 점점 그 궤도를 이탈하는 사람의 숫자도 늘고 있답니다. 올 추석은 엉겁결에 저도 그런 대열에 끼어들었습니다. 살다 보니 그런 기회도 생기더군요. 연휴에 맞춰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다섯 형제자매가 여행을 떠나게 되었답니다. 죽은 조상을 엄숙하게 모시는 것보다 산 조상과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게 더 낫겠다는 의논 끝에 자식들이 내린 결정이었어요. 결혼 25년간 거의 시댁 행사가 우선이었지만 올해는 며느리 사정에 맞춰 대 역전극을 벌이게 된 셈입니다.

 

 추석 연휴에 외식하기가 별 따기였던 과거에 비해서 요즘은 문 연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명절 휴가를 풍속대로 못 지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니 자연히 명절에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아지더군요. 주방장이 귀성 휴가를 떠나버린 음식점도 돈 아쉬운 주인이 대목 장사를 포기 못해서 온 식구를 동원해가며 영업을 하는 집도 더러 있습니다. 여행을 나선 우리 일행은 추석 날 저녁 인근의 유명 맛 집을 찾아갔습니다. 흑돼지 삼겹살집이니 굳이 주방장이 없더라도 뭔 상관일까 싶어서 들어간 것이지요. 꽉 찬 테이블마다 음식상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주문마저 받으러 오지 않아서 오래도록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요. 기다리면서 자세히 보니 왔다 갔다 하면서 홀 서빙을 하는 여인은 아무래도 추석을 쇠러 온 이 집의 며느리인 듯 보였습니다. 슬그머니 올라오던 짜증이 그만 쏙 들어가 버렸어요.

 

 손님들의 지청구에도 늦게 드려서 죄송하다고 연방 생글거리며 그릇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같이 간 조카들보다도 나이가 어린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얼굴 하나 안 찡그리고 시댁으로 달려와 추석 날 손님을 받아 개발에 땀나도록 뛰고 있는 남의 집 며느리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흑돼지 삼겹살이 늦게 나왔어도 화를 내기는커녕 마음이 누그러져서 다들 며느리 칭찬을 하고 감탄을 해주었지요.

 

 

deac4e659dbbe251d74b2b201e5636a9_1412926 

 

 

 나올 때 돈 계산하면서 시아버지인 듯한 주인장에게 한 번 더 인사치레를 하였습니다.

"아이구~~ 며느님이신가요? 너무나 기특하고 예쁘네요. 좋으시겠어요. 정말 부럽습니다."

 시집 와서 추석날까지 손님들 투정 들어가면서 음식 나르고 고기 굽느라 땀을 뻘뻘 흘렸던 남의 집 귀한 딸, 마음이나 풀어주려고 한 소리였는데 이 말을 들은 시아버지가 숨도 안 쉬고 대꾸를 하셨습니다.

"네. 그런데 우리 아들도 우리 며느리 못지않게 잘 났답니다! 허허허."

 

 쩝! 이래서 시집은 영원히 내 집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남이 며느리 칭찬해줄 때 수고해서  많이 예쁘고 고맙다고 한마디만 보태주면 며느리의 고생이 씻은 듯이 날아갈 텐데, 뭐라고 이 대목에서 자기 아들까지 내세울까 싶었습니다. 아무런 악의가 없는 시아버지의 무심한 대꾸였지만 며느리인 저는 돌아서면서 생각했습니다. '딸 같은 며느리, 아들 같은 사위는 개뿔!'

 

 이래서 며느리들이 시댁에 가서 오래 눌러있기 싫어하고, 사위도 화장실과 친정은 멀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그러려면 차라리 ‘아들 같은, 딸 같은‘이란 허울로 좌지우지 하지나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사랑하고 매우 아까워하는 반려자이면서 남의 집 귀한 자식이니 정중하게 존중해주는 게 훨씬 솔직한 관계 설정이 아닐까요?

 

 사위 며느리는 새로 생긴 가족들이 서먹하기만 한데 부모들은 내 집 식구라고 편하게 대하면서도 팔이 안으로만 굽는 경우가 참 많지요. 그런 일들이 고스란히 자식 부부 금슬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그러려면 아예 우리 아이가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마음으로 한걸음씩 친해지면서 서로 예의를 차리는 게 한결 덜 폭력적인 인간관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젊은 남녀들도 결혼이 두렵지 않을 테지요. 결혼이 뭐 노예문서에 도장 찍는 것도 아니잖아요. 관계 맺는 것이 무섭지 않아야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추석이 둥근 보름달처럼 넉넉하게 명절다우려면 말이지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