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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인 라이프 #8] 존중 리스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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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4-11-20 15:24 조회4,4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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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 리스트 만들기

힐빙스토리
뚜벅이

 

 

<존중 리스트 만들기>

 

  애정 상담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것이 상책이다. 울며불며 헤어지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 당장 헤어져.” 라고 말하면 훗날 “ 남의 이야기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욕먹는다. 세상 남녀 다 똑같으니 적당히 참으며 사귀라고 하면, “ 자기 일 아니라고 대충 말하는 성의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니 그저, 함께 한숨을 쉬어주거나, 속이 많이 상하겠다고 공감의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으로 애정 상담자는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가끔 단호하게 내 의견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것은 상호간 존중감이완전히 고갈된 연인들을 만날 때이다. 그들 앞에서 나는, ‘연애의 무덤은 결혼이 아니라 존중감 상실’이라고 말하며 그런 관계에서는 오래된 적폐를 청산하고 연애개조를 하든가 아니면 깔끔하게 연애를 없애버리라고 대통령처럼 훈시한다.

 

  사랑은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전제로 성립한다. 생각해보라. 마치 벼락 맞듯 누군가에게 꽂혀서 세수를 백 번 해도 눈의 콩깍지가 씻기지 않던 그 시절, 자기 인생의 일 순위는 당연히 내 자기였고, 그 자기가 가장 예쁘고 멋졌으며, 이제야 만나게 해준 삼신 할매를 원망하면서, 우리 만남은 인연이 아닌 운명이었음을 호상 간에 얼마나 확인하려했던가. 그리하여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 따위는 초개같이 버리겠다는 다짐도 했었고, 우리 자기 기침하면 내 폐가 다 까맣게 탄다며 호들갑을 떨고, 우리 그이 하는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 새라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개떡하면 찰떡, 쑥떡하면 콩떡, 장단 짝짝 맞추지 않았던가.  상대의 존재를 보석처럼 생각하는 것,  이것을 세글자로 ‘존중감’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로는 서로에게 찬밥이 된다. 익숙함과 편안함의 자리에 권태의 곰팡이가 누덕누덕 피어오른다. 늦은 시간 문자메시지에도 1초 만에 답을 해주던 사람이 하루가 지나가도 문자 확인조차 안하고 데이트 날 파스타가 먹고 싶다니까 해장해야 한다며 순댓국집을 간다. 서로 있는 시간에도 상대의 얼굴보다 자기 페북과 카톡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다고 할 때, 나는 관계의 존중감에 그린 라이트가 꺼졌음을 확인시킨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더 심각한 것은 부부사이다. ‘당신의 배우자를 사랑하는지?’의 질문보다 ‘당신의 배우자를 존중하냐?’는 물음 앞에서 더 멈칫 거리는 것이 대부분 유부남녀들의 공통점이다. 그냥 대충 정으로 사는 거지, 존중은 무슨 얼어 죽을 존중이냐며 지청구라도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 대충 속에서 각자의 가슴은 외로움과 상처로 새까맣게 멍이 들고, 새끼 없으면 이혼을 했어도 벌써 했다는 저주 섞인 말을 습관처럼 쏟아내면서 말이다.

 

  나 역시 어느 날 문득 우리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있음을 자각했다. 그 문득이 어떻게 생긴 거시기인지까지 이야기하면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고, 어쨌든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를 중심에 둔 엄마 아빠는 존재했지만 나의 여자, 그 여자의 남자는 서로 간에 사라진지 오래였던 것이다. 그런데 깨우침이 있으면 실천이 따라야 하는데, 상대를 어떻게 대우하면 존중감이 생기는 것인지가 막막했다.  매일 아침 부부가 맞절을 하며 ‘당신을 존중합니다’라고 열 번씩 외치면 존중감이 다시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수십 년 동안 익숙하게 써온 반말 대신 경어를 쓰면 상대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일까?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우선해야 할 일은 상대방을 향해 무심코 날린 비하, 무시, 비난 등의 화살을 인정하고 그 자동화된 습관을 멈추는 것일 테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아내에게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다.  “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할 때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어?”. 아내는 잠시 망설이다 하나씩 방언 터지 듯 자기 속마음을 털어놨다.

 

  “ 외식을 하러 갈 때나, 주말 계획을 짤 때 당신은 언제부터인가 내 의견을 묻지 않고 아이들 의견만 물었어. 그때마다 나는 소외받는 느낌이었어. ”

 

  “ 당신이 아침에 출근할 때, 내가 성수를 찍어서 당신 등에 묻혀주잖아. 그리고 한번 안아달라고 하는데 당신은 개만 안아주고 나는 안아주지 않자나. 쑥스러우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그때도 나는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 당신이 운전할 때 조수석에 있는 내 기분도 생각해주면 좋겠어. 특히 누군가와 신경질 적으로 레이싱을 한다거나 보복 운전하면서 브레이크를 막 밟을 때는, 이 사람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구나, 이런 기분이 들어”

 

  나는 속에서 항변에의 욕구가 꿈틀거렸지만 묵묵히 아내의 말을 정리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최소한 지금 이야기 한 것들을 늘 염두에 두고 생활하겠노라고. 이것이 내가 이름 붙인 <부부 존중감 리스트 작업>이다.

 

  상대에게 구체적으로 자신이 무시당할 때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말하자니 쫀쫀할 것 같고, 담고 있자니 한(恨)이 되었던 말들을 우선 쏟아내는 것은 ‘존중감’이라는 관념적인 언어를 구체화 하는데 필수조건이다. 물론 이 작업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장군 멍군 식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네가 하나 했으니 나도 하나 하고' 식의 방식은 또 다른 부부싸움을 만든다.  어느 날은 한쪽의 이야기만 들어주고 또 어느 날은 들어준 사람이 이야기 하는 방식, 경험상 이것이 아주 유효하다는 먼저 해 본 사람의 말씀을 끝으로, 준비된 부부부터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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