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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인 라이프 #2] 휴대폰 문자와 마음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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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4-03-10 16:05 조회5,0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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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문자와 마음의 평화

힐빙스토리
뚜벅이

 

 

  

휴대폰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반년 전의 이야기다. 평소의 인격이나 나와의 관계 등을 볼 때 그렇게 일방적으로 문자를 잡아먹을 상대가 아니어서 더 이상했다.
 
처음의 한 두 번은 바쁜가보다 했다. 그다음 너댓번은 휴대폰 문자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꽤 중요한 용건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내 속은 끓기 시작했다. 문자를 못 보내는 상황이면 전화라도 해서 대꾸라도 해줘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그의 무심함이 못내 서운했다.
 
그렇다고 내 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 왜 문자에 답을 주지 않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기에는 알량한 내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스스로를 쿨한 척 위장하려했고, 그 위장을 위해서는 상대를 아주 후진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말이다.
 
' 내 문자를 씹어? 나를 무시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었나? 설령 실수를 했다고 해도 이게 경우가 있는 행동인가? 나름대로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이런 매너로 무슨 큰일을 하겠어? 어쩐지 볼 때마다 사람이 궁상스럽고 이기적으로 보였어. 그래 됐다 됐어. 내가 뭐 아쉬울 것이 있냐? 나도 무시하면 그만이지'
 
그렇게 상대를 내 마음껏 천하의 몹쓸 사람으로 만들어놓고, 그 과정에서 꽤 많은 번뇌의 에너지를 쏟은 이후의 어느 날 나는 그를 어느 식사 모임에서 만났다. 그리고 술기운을 빌어 그에게 툭하고 그간의 서운함을 이야기 했다.
그런데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나에게 자신의 발신함을 보여주며,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선생의 모든 문자에 답변을 보냈는데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실제 그의 문자 발신함에는 나에게 보낸 서른 여 통의 문자가 빼꼭하게 쌓여있었다.
 
찬찬히 추리를 해보니 상대는 070 인터넷 무료 문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고, 나는 휴대폰을 새로 장만할 때 그 번호로 시작하는 모든 수신 번호를 스팸 문자로 등록을 해놓은 것이었다. 당연히 그가 보낸 문자는 내 휴대폰에 도착하기도 전에 공중에서 장렬히 산화될 수 밖에.
 
 
최근에도 또 한 번 휴대폰 문자와 관련해서 감정의 휘몰이를 경험했다. 주중에 어느 어르신과 그의 근무처에서 회의를 갖기로 했었는데 마침 미팅 전날 그의 사무실 근처를 가게 되었다. 나는 나름 공손하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대표님. 5시 넘어 사무실에 계신지요? 제가 마침 그 근처를 가게 되었는데 내일로 예정된 회의를 오늘 할 수 있는지 여쭙고자 문자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계속 프로젝트로 지방을 오가다보니 오늘 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해서요." 그러자 날아온 아주 짧은 답은, "안 돼요.", 단 한마디였다.
 
그 답변을 받고 순간적으로 기분이 언짢았지만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넘겼다. 그런데 옆에 있던 사람이 그 문자를 보고는, 이것은 사회적 관계를 갖는 사람들끼리의 예의가 아니라는 등, 한쪽을 무시하지 않고는 저런 문자를 남길 수 없다는 등의 담화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내 귀는 바람개비처럼 팔랑거렸다.
 
얇은 귀의 고막을 통해 그의 뒷담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내 마음에는 무거운 먹구름이 끼얹고 마치 체하기나 한 듯 속이 답답해지는 것이었다.
 
다음날 회의에 참석했을 때, 그 분은 나를 보자마자 내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어제 자살을 하겠다는 사람을 상담하고 있다가 문자를 받았는데 긴박한 분위기 탓에 제가 너무 경황없이 답글을 보낸 듯해서 계속 마음이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두 개의 사건을 지혜의 필터로 걸러보면 내용물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상대의 문자를 받지 못했거나, 상대의 짧은 문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모두 내 상상이 만들어 낸 소설들이다. 그리고 내 마음의 괴로움과 탁함은 모두 이 소설쓰기 과정에서 생긴 것들이다.
 
관찰(사실)과 평가를 분리하라는 것이 마음의 독을 만들지 않는 최우선이라는 것은 여러 곳에서 이야기하는 공통점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우리의 감정을 결정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사건에 부여하는 의미라고 하고,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NVC)에서도 관찰과 느낌을 구분하라고 하고, 최근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의 기본도 사물과 현상에 대해서 별도의 해석 없이 그 본질 자체를 여실 없이 바라보라는 것이다.
 
붓다는 이것을 두 번째 화살의 경구로 비유하여, 모든 마음의 괴로움은 사건 자체 보다는 그 사건의 해석에서 나온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혹시 상쾌한 마음으로 출근했더니 상사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고 해서, 상사가 자신을 미워한다거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거나 더 나아가 어쩌면 자신은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라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멈추기 바란다.
 
상사는 아침 쾌변을 못했기 때문에, 또는 부부싸움을 했거나 주말 골프에서 돈을 다 잃어서 지금 심통이 나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상사가 인사를 안 받는다면, ‘인사를 안 받으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의 소설쓰기를 멈추는 것, 이것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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