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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인 라이프 #4] 타로 점 쳐주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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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4-05-07 10:44 조회4,7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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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점 쳐주는 아빠

힐빙스토리
뚜벅이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느닷없이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한두 번 고집 피우다 꺾어질 기세도 아니었다. 친구는 축구부가 있는 학교에서 정식 축구 선수로 뛰고 있다며 자기도 그쪽으로 전학을 시켜달라고 제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그때 아이의 눈빛은 가히 죽음마저도 불사하겠다는 결연함으로 가득 찼다. 엎어지면 코가 닿을 수 있는 학교를 놔두고, 30분 버스 통학의 학교로 전학을 가서, 죽으라고 공부만 해도 남들 발꿈치도 따라가기 힘든 주제에, 공을 차겠다고 하고 있으니 제 엄마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러나 전학만 시켜주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아이의 말에 혹한 아내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아이를 전학시켰다. 아이는 꿈에 그리던 축구 선수가 되었다.

 

  아빠의 입장에서 고민은 엄마와 차원이 달랐다. 축구를 하든, 농구를 하던 운동을 하겠다는 아들을 말릴 이유는 없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공부만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그렇게 공부만 하는 아이들도 누군가는 낙오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반드시 박지성이 되고 말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공을 드리블 하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축구장 한 바뀌만 뛰어도 가슴을 쥐어 잡고 헉헉대는 뚱뚱이 아이에게 과연 축구의 재능이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돌연변이도 있겠지만, 운동신경은 핏줄로 이어진다는 것도 확신에 가까운 나의 생각이다. 아이 아빠가 프로 축구 선수 출신이었던 네 친구의 경우와는 달리, 이 아빠는 축구 공 앞에서 국가대표 개발이라는 말은 차마 고백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들보다 현격히 느린 발, 상대 한 명을 돌파하지 못하는 굼벵이 순발력 등이 감독의 눈에 띄어 골키퍼로 낙찰되었다. 그것도 후보로. 이제는 주제 파악을 할 법도 하련만, 시련 속에서 꽃이 핀다는 글을 일기장에 써대며 아이는 개인 훈련까지 해댔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1년이 흘렀고, 1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골키퍼 후보였으며, 아이는 중학교에 가서도 축구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댔으니 본격적인 부모의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부부는 꼼수 하나를 생각했다. 아빠가 아들과 둘만의 여행을 떠나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포기하게끔 하는 대화를 시도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른의 꼼수를 대번에 눈치 챈 아이는 아빠 입에서 나올 것이 뻔 한 말 ( 너는 글짓기 상을 거의 싹쓸이 하고 있으니 차라리 축구보다는 네가 잘하는 쪽으로 힘을 쏟아보자 등등)을 노련하게 응수하며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잘 알 것이다. 사내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특히 엄마가 아닌 아빠가 아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더욱 더 힘든 일이다. 웬만하면 자기표현을 하지 않으려는 아이와 세련된 대화 기법을 훈련받지 못한 아빠는 아이가 성장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말을 섞지 못하게 된다. 엄마라고 특별하지 않다. 엄마가 하는 모든 말은 아이에게는 잔소리일 뿐이고 엄마가 백 마디를 할 때 아이는 한두 마디로 대응할 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뜻밖에도 타로였다. 길거리 지나가다 보면 타로점이라고 해서, 서양식 카드로 운명을 점 쳐주는 그 타로 말이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들이 화투로 심심풀이 점을 쳤듯, 서양에서는 78 장의 카드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면서들 놀았다. 애초에 미신적이고 주술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타로가 심리상담 등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틀의 교육을 받은 후 첫 번째 타로 점의 상대로 아이를 앉혔다. 그리고 아이가 축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좋지 않을지를 타로에게 묻자고 했고 아이에게 직접 다섯 장의 카드를 고르게 했으며 그 카드를 해석해줬다.

 

 

  어떤 아이든 새로운 것에는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 법이다. 게다가 타로 카드의 그림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카드가 가진 기묘한 권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카드 앞에서 아이는 여행 때의 그 산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아들이 실제로 뽑은 카드

 

  카드의 해석에 있어, 축구를 계속 하게 되면 스스로 많이 힘들 것이고 그럼에도 엄마와 아빠는 너를 지지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카드가 뽑히기도 했다)라는 부모의 계략 섞인 조언을 말할 때에도 아이는 너무나 진지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에서도, 선생님이 아빠의 타로 점과 똑같은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줬을 때 아이는 스스로 축구를 그만두었다. 사실은 축구가 좋아서가 아니라 공부가 하기 싫어서 축구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는 고백도 함께 하면서.

 

 

 

 

  아이와의 대화에 있어서 매개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도 그때 했다. 꼭 타로여야 할 이유는 없다. 아이와 함께 하는 운동이든 취미 생활이든 대화를 연결하는 다리 하나를 부모가 먼저 고민할 이유는 반드시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 떠오르지 못하겠다면 독학이든 강좌의 방법이든 타로를 배워보시라.

 

  이후로도 타로는 아이와 대화가 필요할 때, 가족 회의 때 등등 우리 집의 요긴한 대화 촉매재로 잘 쓰이고 있다. “오늘 하루 특별히 조심할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볼까?” “ 엄마와 아들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타로에게 한번 물어볼까? ” 등의 한마디는 생각보다 꽤 긍정적인 말 트임의 효과가 있다. 타로 점이 맞든 안 맞든 그건 물론 관심 대상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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