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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인 라이프 #6] 장자와 조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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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4-05-26 16:54 조회4,9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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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와 조카사위

힐빙스토리
뚜벅이

 

  결혼 날짜를 잡은 조카딸이 새신랑 인사를 시킨다고 집에 찾아왔다. 다부져 보이는 눈매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예비 조카사위는 시원시원하게 술도 잘 받아 마셨고 붙임성도 있어보였다. 그 남자다운 성품에 아내도 꽤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진 것은 , 내가 그의 직업을 물은 직후였다. 갑자기 어깨까지 축 처지고 말까지 더듬으며 그는 주저주저 입을 열었다.

 

"작년부터 마장동에서... 고기 도축을 하고 있습니다"

 

  둘이 사귀던 몇 년 전에는 남자친구가 스포츠 트레이너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갑자기 도축업을 한다는 말에 살짝 놀란 것도 사실이었고 내 조카가 안정적인 사람을 선택한 것인가의 의문도 들어버렸다. 그러면서 방금 전까지 거침없어 보였던 그의 성격도 뭔가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속마음을 애써 숨기고 그에게 물었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 일이 쉬운 일도 아니고, 그래서 다들 기피할 것 같은데 젊은 친구가 참 대단하시네.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된 건가? "

 

  이번에는 그가 좀 더 당당하게 대답했다.

 

 “제 꿈은 몇 년 후에 아주 맛있는 고기 집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고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순간 예비 조카사위에게 매료되었다. 고기 집 사장을 꿈꾸며 고기의 유통을 이해하고, 좋은 고기와 나쁜 고기를 구별하며, 직접 고기를 손질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접 도축업을 배우고 있다는 이 청년에게 나는 건강하고 심지어 거룩하기까지한 감동을 느낀 것이다.

 

  나에게 손을 잡힌 미래의 사장님은 쑥스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몇 번 이 직업을 솔직히 이야기했을 때, 마치 백정 보듯이 대놓고 업신여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버님 앞에서도 살짝 겁이 났었습니다. 다행히 이 직업을 좋게 봐주시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고 몇 분 전 내 속을 들킨 양 뜨끔했지만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 오늘의 세태임을 그도 나도 인정해야 했다. 가끔 <짝>이라는 짝찾기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는데, 그 프로에서 가장 반전의 장면은 다름 아닌 자기소개 이후의 남녀 반응이다.

 

  배경을 모른 채 첫 인상만으로 상대를 골랐던 참가자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사람이 명문대 출신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급호감으로 변하는 표정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다.

 

  사람보다는 스펙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출연자와 시청자모두 인정해버리는 세상인 것이다.

 

 

사진:EBS 지식프라임

 

 

  어쨌든 조카딸에게 “사람 하나는 잘 골랐다”고 칭찬을 해주며 그들을 배웅해주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 즈음 읽고 있던 장자의 포정해우(庖丁解牛)를 떠올렸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포정이라는 훌륭한 요리사가 왕인 문혜군을 위해 소를 잡는다. 그런데 소 잡는 실력이 가히 예술이다. 리듬과 율동에 맞추어 한바탕 춤추듯이 음직이면 소의 각이 떠진다. 칼을 부림에 힘주는 법도 없이 뼈와 살이 베임없이 베어진다. 그 기술에 탄복한 왕이 비법을 묻고 포정은 자신의 도(道)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와의 완전한 합일과 몰입, 칼을 씀에 이치에 맞게 쓰는 법을 들은 왕은 참되게 사는 삶의 방식을 배웠노라고 포정을 칭송한다.

 

  성공한 사람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왕이 가장 천대받는 직업인 백정의 재주를 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노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왕의 무후(無厚)한 맑음과 사람에 대한 편견 없음을 나는 되씹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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